등기부등본 보는 법 — 보증금 지키는 첫걸음
처음 전세 계약을 앞두고 등기부등본이란 걸 처음 떼봤을 때가 기억나요. A4 두 장에 깨알 같은 표가 빼곡한데, 뭐가 중요한 건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부동산 사장님은 "여기 깨끗해요" 한마디 하고 넘어가는데, 그 '깨끗하다'가 뭘 보고 하는 말인지조차 몰랐죠.
그때 누가 표 보는 법만 30분 알려줬어도 마음이 한결 편했을 거예요. 오늘은 그 30분을 대신해 볼게요. 이거 하나만 읽으면 등기부등본 앞에서 더는 주눅 들지 않아요.
등기부등본이 대체 뭔데요
쉽게 말하면 그 집의 주민등록등본 같은 거예요. 이 집이 어디 있는 어떤 집인지, 진짜 주인이 누군지, 빚은 얼마나 잡혀 있는지가 전부 적혀 있죠.
내가 들어가려는 집에 사실은 빚이 잔뜩 있다면? 집주인이 등기상 진짜 주인이 아니라면? 이런 걸 계약 전에 걸러 주는 게 등기부등본이에요. 그래서 큰돈이 오가는 계약일수록 이 종이 한 장이 보증금을 지키는 첫 관문이 돼요.
구조는 의외로 단순해요. 딱 세 칸으로 나뉘거든요. 표제부, 갑구, 을구. 이 셋만 알면 끝이에요.

표제부 — 이 집이 맞나요
맨 위에 나오는 게 표제부예요. "이 등기부가 말하는 집이 어떤 집인가"를 적은 칸이죠.
주소, 건물 종류(아파트인지 다세대인지), 면적 같은 게 적혀 있어요. 여기서 할 일은 딱 하나예요. 내가 계약하려는 그 집이 맞는지 대조하는 거죠. 같은 빌라라도 101호와 102호는 다른 등기부예요. 호수 하나, 동 하나 잘못 떼면 엉뚱한 집 서류를 보고 안심하는 셈이 되거든요.
면적을 따지는 게 헷갈린다면 전용면적과 공급면적의 차이를 먼저 보고 와도 좋아요. 표제부에 적힌 면적이 보통 전용면적이라, 그 개념을 알고 보면 훨씬 잘 읽혀요.
갑구 — 진짜 주인이 누구예요
이제 핵심으로 들어가 볼게요. 갑구는 '소유권'에 관한 칸이에요. 한마디로 이 집 주인이 누구냐, 그리고 주인 자리에 문제가 없냐를 보는 곳이죠.
가장 먼저 볼 건 맨 아래 줄이에요. 등기부는 일이 생긴 순서대로 위에서 아래로 쌓이거든요. 그러니 지금 현재 주인은 갑구 맨 마지막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이에요. 계약서에 도장 찍는 사람과 이 이름이 같은지 꼭 맞춰 보세요. 대리인이 나왔다면 위임장과 인감을 따로 확인해야 하고요.
그리고 갑구에서 이런 단어가 보이면 일단 멈춰야 해요.
가압류, 가처분, 압류, 경매개시결정 — 이런 게 적혀 있다면 그 집은 이미 분쟁에 휘말렸거나 빚 때문에 묶여 있다는 신호예요. 집주인이 돈 문제로 소송을 당했거나, 세금을 안 내서 나라가 집을 묶어 둔 거죠. 이런 집은 잘못하면 보증금이 통째로 위험해지니, 웬만하면 피하는 게 맞아요.
을구 — 이 집에 빚이 얼마나 있어요
마지막 을구는 소유권 말고 다른 권리를 적는 칸이에요. 말은 어렵지만, 실전에서 볼 건 거의 하나예요. 바로 근저당권.

근저당은 쉽게 말해 '이 집을 담보로 은행이 돈을 빌려줬다'는 표시예요. 집주인이 이 집을 잡히고 대출을 받은 거죠. 문제는 순서예요. 만약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근저당을 잡은 은행이 나보다 먼저 돈을 가져가요. 그러고 남은 돈에서 내 보증금을 돌려받는 거예요. 남은 게 없으면 못 받는 거고요.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게 '채권최고액'이에요. 을구에 적힌 금액은 실제 빌린 돈이 아니라, 보통 빌린 돈의 120% 정도로 부풀려 적혀 있어요. 1억을 빌렸으면 1억 2천만 원쯤으로 적히는 식이죠. 은행이 이자·연체료까지 받을 자리를 미리 잡아 두는 거예요. 그러니 적힌 숫자를 그대로 빚으로 보면 안 되고, 대략 그 정도 규모의 대출이 있다고 가늠하면 돼요.
계산은 단순해요. 집값에서 근저당(채권최고액)을 빼고, 그 남는 금액이 내 보증금보다 넉넉한지 보는 거예요. 5억짜리 집에 근저당이 4억이나 잡혀 있는데 내 보증금이 2억이면, 사고가 나면 돌려받기 빠듯하다는 뜻이죠. 빚이 거의 없는 깨끗한 집이 제일 마음 편하고요.
계약 전에 직접 떼보는 법
여기까지 읽었으면 절반은 끝났어요. 남은 건 직접 떼보는 거죠. 부동산 사장님이 보여주는 것만 믿지 말고 내 손으로 떼보세요. 어렵지 않아요.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들어가서 주소만 넣으면 누구나 뗄 수 있어요. 그 집 주인이 아니어도, 세상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공개 서류거든요. 비용은 열람용이 700원, 출력용이 1,000원 정도로 커피 한 잔도 안 돼요.
한 가지 팁. 계약하는 날 아침에 한 번 더 떼보세요. 며칠 전에 깨끗했어도, 그사이 집주인이 급하게 대출을 받아 근저당이 새로 잡혔을 수 있거든요. 계약 직전의 등기부가 진짜예요. 큰돈이 걸린 일에서 1,000원 아끼려다 보증금을 위험에 빠뜨릴 이유가 없잖아요.
자주 묻는 질문
Q. 등기부등본하고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같은 건가요?
A. 네, 같아요. 예전엔 '등기부등본'이라고 불렀는데 지금 공식 명칭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로 바뀌었어요.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서류니까 둘 다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Q. 근저당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안 좋은 집인가요?
A. 그렇진 않아요.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건 흔한 일이라, 근저당이 있다고 다 위험한 건 아니에요. 핵심은 금액이에요. 집값에서 근저당을 빼고도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여유가 있으면 괜찮고, 그 여유가 빠듯하면 위험한 거죠. 0이면 가장 좋지만, '얼마나'가 더 중요해요.
Q. 표 보는 게 너무 복잡한데 꼭 제가 봐야 하나요?
A. 최소한 세 가지만은 직접 확인하세요. 갑구 맨 아래의 주인 이름이 계약 상대와 같은지, 갑구에 압류·가압류 같은 빨간 신호가 없는지, 을구의 근저당이 감당할 만한 수준인지. 이 세 가지만 봐도 사고의 상당수는 미리 걸러져요.
마무리하며
등기부등본은 처음엔 외계어 같지만, 알고 보면 묻는 게 딱 세 개예요. 이 집 맞아?(표제부) 진짜 주인 맞아?(갑구) 빚은 얼마야?(을구). 이 셋만 챙기면 절반은 안심이에요.
물론 등기부 확인은 시작일 뿐이에요. 이사 당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고, 보증보험까지 챙겨야 보증금에 제대로 갑옷이 입혀지거든요. 하지만 그 모든 게 결국 '깨끗한 집을 골랐다'는 전제 위에서 의미가 있어요. 그 첫 관문이 바로 오늘 본 등기부등본이고요.
다음엔 계약서에 도장 찍고 잔금 치르기까지, 부동산 거래가 어떤 순서로 흘러가는지 정리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