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아파트값 19년 만에 최대 상승, 그 뒤의 '공급 절벽' 이야기

현충일 연휴라 오랜만에 가족이 모였는데, 역시나 대화가 부동산으로 흘러가더라고요. 그리고 어김없이 그 질문이 나왔습니다.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거 아니야?"

이 질문에 "올라요" "내려요"로 답하는 사람은 거르셔도 됩니다. 그건 아무도 몰라요. 대신 오늘은 연휴 기념으로, 지금 시장이 어떤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정리해 볼게요. 구조를 알면 뉴스가 다르게 보이거든요.

일단 작년 성적표부터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작년(2025년) 서울 아파트값은 8.98% 올랐어요.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보도 표현을 빌리면 19년 만의 최대 상승 폭입니다. 직전 기록이 2018년의 8.03%였으니 그 과열기를 넘어선 거죠.

체감 가격은 더 아찔해요. 보도에 따르면 강남 3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6억 원 안팎, 마포·용산·성동도 17억 원대에 들어섰습니다. 평범한 월급으로는 숫자가 잘 읽히지도 않는 수준이에요.

이 상승의 주인공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에요

집값이 오르면 보통 "투기 수요" 얘기부터 나오는데, 이번 장의 더 큰 주인공은 공급 쪽입니다. 숫자를 보시죠.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 2025년 4만2,684가구에서 2026년 2만8,984가구로 32% 감소, 임대를 빼면 1만7,687가구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 8,984가구로 작년보다 32% 줄어요. 여기서 임대를 빼면 실제로 일반 분양된 입주는 1만 7,687가구. 서울에서 한 해에 새로 열리는 '진짜 새집'이 그 정도라는 뜻이에요. 전국으로 봐도 27만에서 21만 가구로 28% 감소합니다. 작년 서울 입주가 이미 전년보다 25% 줄었던 걸 생각하면, 절벽이 2년째 깊어지는 중인 거죠.

여기서 중요한 질문. 그럼 빨리 더 지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파트 공급의 시차 — 오늘 분양해도 공사 3년을 거쳐 3년 뒤에야 입주, 지금의 절벽은 3년 전에 정해진 미래

안 됩니다. 아파트는 주문 생산이라서요. 오늘 분양 도장을 찍어도 입주는 3년 뒤예요. 뒤집어 말하면 올해의 입주 절벽은 3년 전 분양과 인허가가 줄어들 때 이미 확정된 미래였던 겁니다. 그리고 같은 논리로, 지금 분양이 늘어난다 해도 그 효과는 빨라야 2029년에 옵니다. 공급은 스위치처럼 켜고 끌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게다가 사람과 돈이 서울로 쏠리니 수요는 좀처럼 식지 않아요. 지방은 정반대로 전국 시군구 열 곳 중 여섯 곳이 소멸위험에 빠지는 현실을 겪고 있고요. 서울은 공급이 마르고 지방은 수요가 빠지는, 결국 같은 쏠림의 앞뒤인 셈이에요.

금리도 조용히 거들고 있어요

기준금리 글에서 금리는 자산시장의 중력이라고 했었죠. 한국은행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다섯 번째 연속 동결했어요. 한창 높던 시기보다 한참 내려온 수준에서 멈춰 있는 거라, 대출 부담이라는 중력이 약해진 상태입니다. 공급은 줄었는데 돈줄은 풀려 있는 조합 — 가격이 위로 쏠리기 좋은 환경인 거죠.

그리고 불똥은 전월세로 튑니다

공급 절벽의 진짜 무서운 점은 집을 안 사는 사람에게도 청구서가 간다는 거예요. 경로는 이렇습니다.

새집이 부족하니 매매가가 오르고 → 가격이 부담스러워 매수를 미룬 사람들이 전월세 시장에 머물고 → 그런데 입주 물량이 없으니 전세 매물도 같이 마르고 → 전세가 오르니 월세로 밀리는 사람이 늘면서 월세도 오르고. 실제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0년 전보다 60% 넘게 올라 월 150만 원에 육박한다는 집계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 기사에는 매매·전세·월세가 같이 오르는 '3중고'라는 표현까지 등장합니다.

전세 매물이 마를수록 무서운 게 또 있어요. 급한 마음에 시세보다 비싸거나 위험한 매물을 덜컥 잡게 된다는 거예요. 전세를 앞두셨다면 전세 보증금 떼이지 않는 세 가지 안전장치를 먼저 챙겨 두세요. 시장이 빡빡할수록 등기부등본·확정일자 같은 기본기가 보증금을 지킵니다.

그래서, 사야 하냐고요?

저는 이 질문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감당 가능한가?"로요.

공급 절벽이라는 구조는 당분간 가격을 받치는 요인이 맞아요. 하지만 변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가 공급 대책과 대출 규제를 어떻게 쓸지, 금리가 어디로 갈지, 그리고 요즘처럼 환율과 금리가 출렁이는 거시 환경이 어떻게 풀릴지. 구조가 방향을 정해도 변수는 속도와 깊이를 바꾸거든요.

분명한 건 하나예요. 남들이 오른다니까 무리한 대출로 추격하는 건, 구조가 어떻든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 빌린 돈의 월 상환액이 내 현금흐름 안에서 소화되는지부터 계산해 보세요. 금리 글에서 다룬 3억 원 대출의 월 상환액 예시가 좋은 출발점이 될 거예요.

감당이 된다고 결론이 났다면 그다음은 절차예요. 큰돈이 한 번에 오가는 게 아니라 가계약금부터 잔금까지 단계를 밟아 가거든요. 부동산 거래가 계약부터 잔금까지 흘러가는 순서를 미리 그려 두면, 매물이 귀해 마음이 급한 시장일수록 사장님 말에 휘둘리지 않아요.

'오를까'보다 '감당되나'

오늘 핵심을 줄이면 이래요. 서울 집값을 떠받치는 건 투기 수요보다 3년 전에 이미 정해진 공급 절벽이고, 거기에 풀린 금리와 마르는 전세가 매매·전세·월세 '3중고'로 번지고 있어요. 구조가 방향을 정해도 정부 대책·금리·환율 같은 변수가 속도를 바꾸고요.

그러니 '오를까 내릴까'를 맞히려 하기보다, '내가 감당 가능한가'부터 숫자로 따져보는 게 먼저예요. 남들이 오른다니까 무리한 대출로 추격하는 건, 구조가 어떻든 가장 위험한 선택이니까요.

이 글은 한국부동산원 연간 통계, 부동산R114 입주 물량 집계와 관련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특정 시점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니에요. 투자 판단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