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절대 안 떨어진다'? 물가를 걷어내고 보니 다른 이야기였어요
"집값은 결국 오른다." "부동산은 배신 안 한다." 특히 최근 10년,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는 걸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당연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런데 딱 서울 아파트, 딱 최근 10년만 떼어놓고 보면 착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전국 단위로, 물가 상승분까지 걷어낸 실질 주택가격을 51년치 확인해봤어요.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하는 한국 주택가격지수예요.
1991년 광풍의 고점을, 아직도 못 넘었어요
결과부터 보면 놀라워요. 한국의 실질 주택가격은 1991년 2분기에 역대 최고점을 찍은 뒤, 지금까지 35년째 그 고점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1980년대 말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실질 지수가 1991년 151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정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200만 호 건설)과 함께 10년간 미끄러졌어요. 2001년 저점은 80, 고점 대비 −47%. 물가를 반영하면 반토막 이상 났던 거예요.
그 뒤 20년 상승기에도, 여전히 못 넘었어요
여기서 더 흥미로운 지점이 나와요. 2001년 이후 완만히 반등하다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다들 "집값이 미쳤다"고 말했던 그 상승기가 옵니다. 이 시기의 정점(2021년 4분기)에 실질 지수는 126까지 올랐어요. 그런데 이것도 1991년 고점(151) 대비로는 여전히 −17%예요. "역대급 상승"이라 불렸던 순간조차, 실질 기준으로는 34년 전 고점 근처에도 못 갔던 거예요.
그리고 2022년부터는 금리 인상과 함께 다시 조정에 들어가 2026년 현재 105 안팎, 1991년 고점 대비 −30%예요.
51년 평균을 내보면
51년 전체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실질 상승률은 연 +1.01%예요. 물가 상승분은 이미 뺀 숫자니까, 이 정도면 "물가만 겨우 이기는 수준"에 가까워요. "집만 사두면 무조건 크게 번다"는 말이, 적어도 전국 단위 장기 평균으로는 그리 압도적이지 않았던 셈이에요.
이게 "집 사면 손해"라는 뜻은 아니에요
여기서 균형을 잡을 게 세 가지 있어요.
첫째, 이 지수는 전국 평균 + 모든 주택 유형을 섞은 수치예요. 아파트, 단독주택, 지방, 수도권이 다 함께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19년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했을 만큼, 특정 지역·유형은 전국 평균과 완전히 다른 궤적을 그렸어요. "전국 평균이 못 넘었다"가 "서울 아파트도 못 넘었다"는 뜻은 아니라는 거죠.
둘째, 이건 물가를 반영한 실질 가격이에요. 통장에 찍히는 명목 가격은 이 51년 내내 계속 올랐어요. 다만 그만큼 원화 가치도 떨어졌으니, "얼마나 더 부유해졌나"를 물으려면 실질 기준으로 봐야 정직한 답이 나오는 거고요.
셋째, 이 지수는 레버리지를 고려하지 않아요. 대출을 껴서 집을 산 실거주자의 체감 수익률은, 대출 비율에 따라 이 지수와 크게 다를 수 있어요. 자기 돈 3억에 대출 4억을 더해 7억 집을 샀다면, 집값이 실질로 20% 올랐을 때 내 원금 기준 수익률은 그보다 훨씬 커요(반대로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통념을 어떻게 다시 봐야 할까
정리하면 이래요. "집값은 절대 안 떨어진다"는 말은, 정확히는 "최근 10~15년 서울 아파트는 크게 올랐다"는 특정 자산·특정 기간의 경험이 일반화된 말에 가까워요. 전국 단위로, 물가까지 반영해서 51년을 보면 실질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고, 최근의 상승기조차 옛 고점을 넘지 못했어요.
그러니 "부동산은 무조건이다"라고 단정하기 전에, 내가 사려는 게 전국 평균인지 특정 지역인지, 명목 가격인지 실질 가격인지, 그리고 레버리지를 얼마나 쓰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게 데이터가 주는 진짜 교훈이에요.
📊 직접 돌려본 코드 보기 (BIS 한국 실질 주택가격, 6줄)
import pandas as pd
h = pd.read_csv("QKRR628BIS.csv", index_col=0, parse_dates=True)["v"] # BIS 실질(물가반영) 지수
peak = h.idxmax()
print("1991년 고점:", h[peak], "/ 2026년 현재:", h.iloc[-1], "(%+.1f%%)" % ((h.iloc[-1]/h[peak]-1)*100))
print("51년 연평균 실질 상승률: %.2f%%" % (((h.iloc[-1]/h.iloc[0])**(1/51)-1)*100))
FRED에서 받은 BIS 한국 실질 주택가격지수(QKRR628BIS, 분기별)만 있으면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요.
이 글은 공개된 통계를 바탕으로 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부동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과거 성과가 미래 가격을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