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용돈보다 좋은 선물 — 아이에게 '돈 감각' 키워주기
어린이날이에요. 조카나 자녀에게 줄 선물 고르느라 고민하신 분들 많죠. 장난감, 현금 봉투… 다 좋지만, 오늘은 좀 다른 선물 이야기를 해볼게요. 평생 가는 선물, '돈 감각'이요.
우리 대부분은 돈에 대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른이 되고도 시행착오를 겪죠. 사실 돈이 어떻게 '돈'이 됐는지만 알아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데, 정작 그런 이야기는 어디서도 안 가르쳐주거든요.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돈을 다루는 감각을 길러주는 건, 어떤 장난감보다 오래 남는 선물이에요.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단계별로 정리했어요.
돈 감각은 이렇게 단계별로 키워요

1단계,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세요. 필요할 때마다 주는 게 아니라, 주급이나 월급처럼 정해진 날에 정해진 액수를 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초등 저학년이면 일주일에 2천 원, 고학년이면 한 달에 1만 원처럼 정해두는 식이에요. 그래야 아이가 "다음 용돈까지 어떻게 쓸까"를 스스로 계획하는 연습을 해요. 돈이 한정돼 있다는 감각, 이게 출발점이에요.
2단계, 통을 세 개로 나눠요. '쓰기', '모으기', '나누기' 세 개의 저금통을 만들어 용돈을 나눠 담게 해보세요. 가령 받은 돈의 절반은 쓰기, 30%는 모으기, 20%는 나누기로 정해두면 비율 감각도 같이 자라요. 다 쓰는 게 아니라 일부는 모으고 일부는 남을 위해 쓴다는 걸 몸으로 익히는 거예요. 특히 '모으기' 통에 돈이 쌓이는 걸 보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게 중요해요.
3단계, 목표 저축을 시켜요.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바로 사주는 대신, 용돈을 모아 스스로 사게 해보세요. 기다림 끝에 직접 모은 돈으로 산 물건의 가치는 다르거든요. '지금의 만족을 미루면 더 큰 걸 얻는다'는 게 복리와 투자의 핵심 원리이기도 해요. 이쯤에서 저축·투자·투기가 어떻게 다른지를 눈높이에 맞게 들려주면, 모으는 돈과 불리는 돈, 잃을 수 있는 돈을 구분하는 첫 감각이 잡혀요.
4단계, 주식 한 주를 선물해요. 좀 큰 아이라면, 아이가 좋아하고 아는 회사(예: 자주 가는 가게, 좋아하는 게임 회사)의 주식 한 주를 선물해보세요. "네가 좋아하는 이 회사의 주인이 됐다"고요. 주가가 오르내리는 걸 보며 자연스럽게 시장을 체험하게 돼요. 미성년 자녀 명의 계좌는 부모가 대신 만들어줘야 하는데, 주식을 사고파는 기본 절차를 부모가 먼저 익혀두면 아이에게 설명하기도 한결 쉬워요. 이때 개별 종목보다 ETF로 시작하면 분산도 되고 설명하기도 좋고요.
한 걸음 더 — 증여와 복리의 마법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아이 명의 계좌에 돈을 넣어 일찍부터 굴려주는 방법도 있어요. 자녀 증여는 미성년 자녀의 경우 10년에 2천만 원까지 세금 없이 줄 수 있어서, 일찍 시작하면 세금 부담 없이 목돈을 만들어줄 수 있거든요. 태어나자마자, 열 살, 스무 살에 한 번씩 한도를 채우면 성인이 될 때까지 적지 않은 금액을 비과세로 넘겨줄 수 있는 셈이에요.
그 돈을 우량 자산에 오래 묻어두면 복리가 일을 해요. 연 7% 수익을 가정하면 돈이 두 배로 불어나는 데 대략 10년이 걸려요. 0살에 넣은 1천만 원이 아이가 서른이 될 때면 산술적으로 8천만 원 안팎이 되는 거죠. 아이가 어릴수록 시간이 길어서, 복리의 마법이 가장 크게 작동하는 시기예요.
다만 이건 부모의 여유 안에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요. 핵심은 액수가 아니라 아이에게 '돈은 모으고 불리는 것'이라는 감각을 일찍 심어주는 거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용돈을 너무 적게 주면 교육 효과가 없지 않을까요?
A. 액수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2천 원이든 1만 원이든, '한정된 돈을 어떻게 나눌까'를 고민하는 경험이 핵심이거든요. 오히려 넉넉하면 계획 없이 쓰게 돼서 배움의 기회가 줄어요. 부족한 듯한 금액이 더 좋은 선생님일 때가 많아요.
Q. 아이가 모으기 통 돈을 자꾸 헐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처음엔 다들 그래요. 모으기 통을 아예 뚜껑이 잘 안 열리는 통으로 바꾸거나, 목표 금액을 종이에 적어 붙여두면 도움이 돼요. 목표를 채웠을 때 부모가 일정 비율을 얹어주는 '매칭'도 모으는 재미를 키우는 좋은 방법이에요.
단, 모든 아이에게 같은 속도를 기대하진 마세요. 어떤 아이는 모으는 걸 게임처럼 즐기지만, 어떤 아이는 좀처럼 흥미를 못 붙여요. 후자라면 억지로 통을 강요하기보다, 함께 장을 보며 가격을 비교해보는 식으로 돈과 친해지는 다른 길을 먼저 터주는 게 나아요. 돈 감각은 정원을 가꾸듯 아이마다 다른 속도로 자라거든요.
가장 멋진 선물은 돈을 다루는 지혜
어린이날 선물로 현금 봉투를 준다면, 거기에 작은 가르침 하나를 더해보세요. "이 중 얼마는 모으기 통에 넣어볼까?" 한마디면 충분해요.
돈 쓰는 법은 누구나 저절로 배우지만, 모으고 불리는 법은 일찍 배울수록 평생 자산이 돼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이, 어쩌면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을 다루는 지혜일지도 몰라요.
이 글은 자녀 경제교육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증여 등 구체적인 세무 사항은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