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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우니 일단 팔자'? 최고의 날은 최악의 날 바로 옆에 있었어요

요즘 증시가 롤러코스터예요. 6월 22일 9,115로 사상 최고를 찍은 코스피는 한 달 만에 6,600대까지, 고점 대비 27%나 빠졌어요. 지난주엔 하루 −4.5% 급락에 사이드카가 걸렸고, 이번 주는 하루 +4.4% 급반등했다가 다음 날 −5.7%로 다시 고꾸라졌고요. 이런 장에서 누구나 드는 생각이 있죠. "무서우니까 일단 팔고,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들어가자." 손실을 피하는 현명한 판단 같아요. 정말 그럴까요? 코스피 30년 치로 '발 빼기'의 대가를 계산해봤어요.

최고의 며칠이, 30년 수익의 거의 전부였어요

30년간 코스피 거래일은 7,289일이에요. 이 중 그냥 안 팔고 쭉 들고 있었다면 원금이 9.5배가 됐어요(연 7.9%). 그런데 만약 이 중 가장 많이 오른 며칠을 놓쳤다면 어떻게 될까요?

30년간 이렇게 했다면 원금이 결과
그냥 쭉 보유 ×9.5 연 +7.9%
최고의 5일 놓침 ×5.7 −40%
최고의 10일 놓침 ×3.8 −60%
최고의 20일 놓침 ×1.8 −81%
최고의 30일 놓침 ×0.9 원금 손실

코스피 종가 기준, 1996~2026.7.

코스피 30년간 그냥 쭉 보유했을 때 원금이 9.5배가 되는 것과, 가장 많이 오른 5·10·20·30일을 놓쳤을 때 최종 수익 배수가 각각 5.7배·3.8배·1.8배·0.9배로 급감해 30일을 놓치면 원금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막대그래프

숫자가 무섭죠. 7,289일 중 딱 30일, 전체의 0.4%만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9.5배가 0.9배로, 원금마저 까먹어요. 30년 수익의 거의 전부가 이 며칠에서 나온 거예요. 발을 뺐다가 이 며칠 중 몇 개만 놓쳐도 결과가 이렇게 무너져요.

"그 며칠만 피해서 빠져 있으면 되잖아?" 싶겠지만, 바로 그게 함정이에요.

최고의 날은, 하필 최악의 날 옆에 있어요

코스피 역사상 가장 많이 오른 10일이 어느 해에 났는지 보면 소름이 돋아요. 1998년(외환위기), 2008년(금융위기), 2020년(코로나), 그리고 2026년(지금). 전부 폭락으로 시장이 아수라장이던 해예요.

이유가 있어요. 폭락장은 공포와 기대가 뒤엉켜 하루에도 몇 %씩 튀거든요. 그래서 최악의 날 바로 다음에 최고의 날이 오는 일이 흔해요. 실제로 코스피의 '최고의 20일' 중 6일은 '최악의 20일'과 닷새 이내로 붙어 있었어요. 지금 이번 주가 딱 그래요 — 목요일 +4.4%(반등)와 금요일 −5.7%(급락)가 나란히 붙어 있었잖아요.

그러니 "무서우니 팔자"며 폭락 직후에 발을 빼면, 바로 그 다음에 오는 반등, 즉 '최고의 날'을 정통으로 놓치게 돼요. 공포에 파는 행동과 최고의 날을 놓치는 행동이 사실상 같은 동작인 거예요.

미국도 똑같아요. S&P500을 30년 넘게 쭉 들면 원금이 20.6배가 되는데, 최고의 10일만 놓쳐도 9.2배로 반토막 나요. 그리고 미국은 '최고의 20일' 중 무려 11일이 '최악의 20일' 곁에 붙어 있었고요. 시장을 막론하고, 최고와 최악은 한 몸처럼 붙어 다녀요.

그럼 무조건 버티라는 걸까요

오해는 말아야 해요. 이건 "물려도 무조건 버텨라"는 말이 아니에요. 세 가지 전제가 있어요.

첫째, 이건 지수(전체 시장) 이야기예요. 개별 종목은 반등 없이 그대로 0으로 갈 수도 있어요. '최고의 날'이 돌아오는 건 시장 전체가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지, 특정 회사가 안전해서가 아니에요. 그래서 분산이 전제예요.

둘째, 애초에 안 팔 수 있는 돈이어야 해요. 당장 1~2년 안에 쓸 돈이었다면 폭락 때 팔 수밖에 없고, 그러면 이 통계는 남의 얘기가 돼요. 10년을 버틸 수 있는 돈으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죠.

셋째, 버티는 것과 공포에 오히려 담는 것은 짝이에요. 데이터는 폭락이 파는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고 말하니까요.

📊 직접 돌려본 코드 보기 (코스피 기준, 7줄)
import pandas as pd
k = pd.read_parquet("KS11.parquet")["Close"]
r = k.pct_change().dropna()
full = (1 + r).prod()                       # 쭉 보유: ×9.5
r2 = r.copy(); r2[r.nlargest(30).index] = 0 # 최고의 30일을 현금으로
print("쭉 보유      ×%.1f" % full)          # ×9.5
print("최고 30일 놓침 ×%.1f" % (1 + r2).prod())  # ×0.9

야후 파이낸스에서 받은 코스피(^KS11) 종가만 있으면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팔아야 할까

정리하면 이래요. "무서우니 일단 팔고 나중에 다시 사자"는, 말은 쉽지만 데이터가 가장 냉정하게 반박하는 통념이에요. 마켓타이밍이 성공하려면 '최고의 날은 다 잡으면서 최악의 날만 피해야' 하는데, 그 둘이 며칠 간격으로 붙어 있어서 사실상 불가능하거든요. 공포에 팔면 십중팔구 반등도 함께 놓쳐요.

그러니 지금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출렁이는 장에서 진짜 필요한 건, 시세를 예측해 발을 넣었다 뺐다 하는 재주가 아니에요. 미리 정해둔 비중대로, 감당 가능한 크기로, 그냥 자리를 지키는 담담함이에요. 시장이 가장 무섭게 흔들리는 지금이, 바로 그 담담함이 시험받는 순간이고요.

이 글은 공개된 지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종목·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과거 성과가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