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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사라'? 코스피 28년 데이터로 진짜인지 따져봤어요

주식 격언 중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두 개가 있어요. 하나는 워런 버핏의 "남들이 공포에 떨 때 욕심을 내라", 다른 하나는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마라". 폭락장이 오면 한쪽은 "지금이 기회"라 하고, 다른 쪽은 "더 떨어진다"고 말려요. 둘 다 그럴듯한데, 정작 폭락 뒤에 산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요? 코스피 28년 치로 세어봤어요. 고점 대비 얼마나 빠졌을 때 샀느냐에 따라, 1년 뒤 성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요.

많이 빠졌을수록, 결과가 좋았어요

코스피가 최근 1년 고점 대비 얼마나 내려와 있는 시점이었는지로 나눠서, 그때 샀다면 1년 뒤 어땠는지를 봤어요.

살 때 상황 (고점 대비) 1년 뒤 평균 오른 경우
−30% 이상 폭락 +59.9% 86%
−20~30% 하락 +12.8% 73%
−10~20% 조정 +7.7% 57%
고점 근처(−10% 이내) +9.0% 60%
(참고) 아무 때나 +13.2% 63%

1997~2025, 월말 종가 기준.

코스피가 고점 대비 얼마나 하락한 시점에 샀는지에 따라 1년 뒤 평균 수익률을 막대로 비교해, -30% 이상 폭락 구간이 +60%로 압도적으로 높고 나머지 구간은 10% 안팎에 머무는 것을 보여주는 막대그래프

숫자가 극적이죠. 고점 대비 −30% 넘게 빠진 '진짜 공포' 구간에 샀다면 1년 뒤 평균 +60%, 다섯 번 중 네 번 이상 수익이었어요. "공포에 사라"가 데이터로 압도적으로 증명된 거예요. 헐값에 던져진 주식을 주웠으니 반등할 때 크게 먹은 거죠.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아래 두 줄을 보면 통념의 반쪽이 드러나요.

그런데 '어중간한 하락'은 함정이었어요

−10~20% 조정 구간에서 산 경우는 1년 뒤 +7.7%로, 오히려 아무 때나 산 평균(+13.2%)보다 못했어요. 오른 경우도 57%로 동전 던지기에 가까웠고요.

즉 "떨어지니까 싸다"며 어중간한 하락에서 덥석 잡는 건 별 이득이 없었어요. 그 −10~20% 구간이야말로 "떨어지는 칼날 잡지 마라"가 맞는 자리였던 거예요. 진짜 폭락(−30%)과 어중간한 조정(−10~20%)은 전혀 다른 상황인데, 우리는 둘 다 뭉뚱그려 "떨어졌다"고 부르며 헷갈렸던 거죠.

미국 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로 교차 검증해도 똑같았어요.

VIX(공포지수) 수준 S&P500 1년 뒤 평균
30 이상 (극도의 공포) +21.8% (승률 88%)
20~30 (어중간한 불안) +6.1%
20 미만 (평온) +10.7%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VIX 30+)만 확실한 초과 수익이 났고, 어중간하게 불안한 구간(20~30)은 오히려 평온한 때보다도 성적이 나빴어요. 한국이든 미국이든 결론이 같아요 — 사야 할 때는 '조금 불안할 때'가 아니라 '모두가 끝났다고 말할 때'예요.

왜 극단적 공포에서만 통할까

이유는 단순해요. 진짜 폭락장에선 나쁜 기업뿐 아니라 멀쩡한 기업까지 공포에 휩쓸려 헐값에 던져져요. 다들 "이번엔 다르다, 세상이 망한다"며 파니까요. 하지만 경제가 실제로 망한 적은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 값은 제자리를 찾았어요. 반면 −10% 남짓한 조정은 아직 던질 사람이 남아 있는, 하락의 초입인 경우가 많았고요.

물론 이 데이터엔 정직하게 짚을 함정이 셋 있어요. 첫째, 바닥은 지나봐야 알아요. −30%에서 샀는데 −50%까지 갈 수도 있어요(그래도 1년을 버티면 평균은 +60%였지만, 그사이 더 빠지는 걸 견뎌야 하죠). 둘째, −30% 폭락은 드물어요. 28년 중 그런 달은 28번뿐이고, 대부분 IMF·2008 금융위기·2020 코로나에 몰려 있었어요. 셋째, 정작 그 순간엔 살 현금과 멘탈이 남아 있어야 해요. 남들처럼 이미 물려서 패닉에 빠져 있으면 격언은 소용없거든요.

📊 직접 돌려본 코드 보기 (코스피 기준, 6줄)
import pandas as pd
k = pd.read_parquet("KS11.parquet")["Close"].resample("ME").last()
dd = k / k.rolling(12).max() - 1          # 최근 1년 고점 대비 낙폭
fwd = k.shift(-12) / k - 1                # 1년 뒤 수익률
crash = fwd[dd <= -0.30]                  # 30% 넘게 빠진 '공포' 구간
print("폭락에 샀다면 %+.1f%% (승률 %.0f%%)" % (crash.mean()*100, (crash>0).mean()*100))  # +59.9% 86%

야후 파이낸스 코스피·VIX 데이터만 있으면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요.

두 격언은 사실 짝이었어요

정리하면 이래요. "공포에 사라"는 −30% 넘는 진짜 폭락에선 강력하게 맞았고, "떨어지는 칼날 잡지 마라"는 −10~20% 어중간한 조정에선 맞았어요. 서로 반대말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상황이 다른 두 조언이었던 거죠.

그러고 보면 지난번 '사상 최고가에 사면 물린다' 이야기와 정확히 짝을 이뤄요. 꼭대기에선 추격하지 말고 나눠서 담고, 바닥 공포에선 오히려 용기를 내라 — 둘 다 '남들과 반대로, 그리고 한 번에 몰지 말고 나눠서'라는 한 문장으로 모여요. 그리고 어느 쪽이든 10년을 버틸 수 있는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요.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는 지금, 코스피는 6월 고점(9,100)에서 25%가량 빠져 있어요. 데이터로 보면 '어중간한 조정'과 '진짜 공포'의 경계쯤이죠. 격언이 어느 구간에서 힘을 발휘하는지 미리 알아두면, 이런 순간에 남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내 원칙대로 판단할 수 있어요.

이 글은 공개된 지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종목·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과거 성과가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