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오래만 들면 안 잃는다'? 30년 데이터로 확인했어요
투자 조언 중에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 있어요. "주식은 사놓고 오래 묻어두면 결국 올라. 장기투자하면 안 잃어." 워런 버핏도 비슷한 얘길 했다고 하고요. 마음은 편해지는 말인데, 정말 그럴까요? '오래'가 대체 얼마인지도 애매하고요. 그래서 S&P500과 코스피 30년 치로 직접 확인해봤어요. 아무 날에나 샀다가 정해진 기간 들고 있었다면 손해 봤을 확률을 전부 세어본 거예요.
1년만 보면 거의 동전 던지기예요
먼저 짧게 들었을 때부터 볼게요. 아무 시점에나 사서 딱 1년 들고 팔았다면?
미국 S&P500은 다섯 번 중 한 번(20%), 코스피는 거의 세 번 중 한 번(38%) 꼴로 마이너스였어요. 특히 코스피 1년 보유는 최악의 경우 −60%까지 빠졌고요. 1~2년짜리 단기 주식은 '투자'라기보다 운에 가까운, 꽤 위험한 게임이라는 뜻이에요.
여기까지만 보면 "주식은 안전하다"는 말이 무색해요. 그런데 기간을 늘리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져요.
오래 들수록, 손실 확률이 무너져요
| 보유 기간 | 미국 S&P500 손실 확률 | 코스피 손실 확률 |
|---|---|---|
| 1년 | 20% | 38% |
| 5년 | 22% | 12% |
| 10년 | 9% | 0% |
| 15년 이상 | 0% | 0% |
모든 시점 매수 후 보유 가정(미국 1990~, 한국 1997~2026). 배당 제외 — 배당까지 담으면 손실 확률은 더 낮아져요.

한눈에 보이죠.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해 볼 확률이 뚝뚝 떨어져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은 15년, 한국은 10년 이상 들고 있었다면 역사상 단 한 번도 손해를 본 적이 없어요. 30년 안의 어느 날에 사서 그만큼 버텼다면, 최악의 타이밍에 샀어도 플러스였다는 거예요.
'박스피' 코스피마저도
특히 놀라운 건 코스피예요. 사봤자 제자리라던 '박스피' 코스피도, 10년만 들고 있었다면 손실 확률이 0%였어요. 그것도 최악의 10년조차 +4%로 플러스였고요. "코스피는 오래 들어도 안 오른다"는 통념이 데이터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이에요.
오히려 코스피가 미국보다 먼저(10년 vs 15년) 손실 0%에 도달했는데, 이건 코스피가 더 안전해서가 아니라 짧게 보면 훨씬 거칠게 출렁이는(1년 손실 확률 38%) 대신 길게 보면 그만큼 회복도 컸기 때문이에요.
단, '오래'에는 함정이 있어요
그럼 "무조건 사서 오래 들면 되네"일까요? 두 가지 함정을 짚어야 해요.
첫째, '오래'가 생각보다 길어요. 미국은 5년 보유도 손실 확률이 22%나 됐어요. 2000년 닷컴버블이나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사서 5년만 들었다면 여전히 마이너스였다는 뜻이죠. "장기"라고 할 때 그 기준은 3~5년이 아니라 적어도 10년, 안전하게는 15년이에요.
둘째, 그 긴 시간 동안 폭락을 견뎌야 해요. 손실 확률 0%라는 숫자는 '중간에 안 팔고 버텼을 때'의 이야기예요. 실제로 그 15년 안에는 반토막 나는 폭락이 여러 번 있었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그 공포를 못 견디고 바닥에서 팔아버리죠. 그래서 "장기투자하면 안 잃는다"의 진짜 조건은 '오래'가 아니라 '오래 버티는 것'이에요.
📊 직접 돌려본 코드 보기 (S&P500 기준, 6줄)
import pandas as pd
s = pd.read_parquet("GSPC.parquet")["Close"]
m = s.resample("ME").last() # 월말 종가
for y in [1, 5, 10, 20]:
r = (m.shift(-y*12) / m - 1).dropna() # y년 뒤 수익률(전 구간)
print("%2d년: 손실 확률 %.0f%%" % (y, (r < 0).mean() * 100))
# 1년 20% / 5년 22% / 10년 9% / 20년 0%
야후 파이낸스에서 받은 지수 종가만 있으면 위 숫자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오래 들면 안 잃을까?
정리하면 이래요. "주식은 오래 들면 안 잃는다"는 데이터로 대체로 맞아요 — 단 '오래'가 10~15년 이상이고, 그 사이 폭락을 팔지 않고 버텼을 때 성립하는 조건부 진실이에요.
그러니 이 말을 믿고 주식을 시작한다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1~2년 안에 쓸 돈은 애초에 넣지 말 것. 그리고 폭락이 와도 팔지 않을 만큼만, 감당 가능한 크기로 담을 것. '오래 버티는 힘'이 곧 수익률이라는 걸, 30년 숫자가 말해주고 있어요.
이 글은 공개된 지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종목·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과거 성과가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