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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6곳이 소멸위험 — 선거날 모두가 외친 '지역소멸'의 경제학

오늘은 지방선거일이라 투표하고 왔어요. 미리 말씀드리면 이 블로그는 어느 쪽을 찍으라는 얘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다만 후보들 공보물을 읽다가 직업병처럼 눈에 들어온 게 하나 있었어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후보가 똑같이 외치는 단어 — '지역소멸'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이 한목소리를 낸다는 건 그만큼 문제가 명백하다는 뜻이겠죠. 오늘은 선거 승패 말고, 이 단어의 속을 뜯어봅니다. 이건 정치 이야기가 아니라 숫자가 분명한 경제 이야기거든요.

'소멸위험'은 감성적 표현이 아니라 수학이에요

전국 시군구 10곳 중 6곳이 소멸위험 — 기초지자체 229곳 중 141곳, 61.5%

지역소멸을 말할 때 쓰는 공식 잣대가 소멸위험지수예요. 계산법은 단순합니다. 그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 왜 하필 젊은 여성 인구냐면,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 — 즉 그 지역의 '미래 인구'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숫자이기 때문이에요. 이 값이 0.5 아래로 내려가면, 그러니까 어르신 두 분당 젊은 여성이 한 명도 안 되면 '소멸위험'으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왔느냐. 보도된 집계 기준으로 2026년 5월 현재 전국 기초지자체 229곳 중 141곳, 61.5%가 소멸위험지역이에요. 더 무거운 건 전국 평균 지수 자체가 0.527이라는 거예요. 특정 산골 마을이 아니라 대한민국 평균이 위험선(0.5) 코앞에 와 있다는 뜻입니다.

소멸은 이벤트가 아니라 '고리'예요

지역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천천히, 그러나 점점 빠르게 도는 바퀴가 있어요.

지역소멸의 악순환 — 일자리 감소, 청년 유출, 인구·세수 감소, 병원·버스·학교 철수가 고리를 이루며 가속된다

괜찮은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이 떠나요. 청년이 떠나니 인구와 지방 세수가 줄어요. 사람이 줄면 병원, 버스 노선, 학교가 채산성이 안 나와 하나씩 철수해요. 그렇게 살기 불편해진 동네에서는 남아 있던 사람마저 떠납니다. 그리고 이 바퀴는 한 바퀴 돌 때마다 더 빨라져요.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이 입을 모은 "무너진 의료와 교통"이 바로 이 고리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지정한 의료취약지 111곳 중 106곳(95.5%)이 소멸위험지역과 겹쳐요. 사실상 같은 지도라는 거죠. 특히 분만, 응급, 소아과처럼 수요는 적은데 유지 비용과 위험이 큰 필수의료부터 사라지는데, 이걸 '의료 사막화'라고 부릅니다. 아이를 낳으러 옆 도시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하는 지역에 젊은 부부가 정착하기를 기대하긴 어렵잖아요. 고리가 또 한 바퀴 도는 겁니다.

"나는 수도권 사는데요?" — 그래서 더 상관있어요

여기까지 읽고 "안타깝지만 나랑은 먼 얘기"라고 느끼셨다면, 사실 이 문제의 다른 쪽 끝이 바로 수도권이에요.

지방이 비는 만큼 사람과 돈은 수도권으로 몰립니다. 국토의 작은 부분에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구조가 점점 강해지는 거죠. 그 결과가 뭐냐면 — 수도권의 집값과 전월세, 경쟁 비용이에요. 서울 공급 절벽 글에서 다룬 주택 문제의 뿌리 한 갈래가 여기에 닿아 있습니다. 수요가 전국에서 끝없이 유입되는 도시의 주거비는 구조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K자형 회복 글에서 산업 간 양극화를 다뤘는데, 지역소멸은 그 지리 버전이에요. 수출·반도체가 위 가지라면 수도권이 위 가지고, 내수·자영업이 아래 가지라면 비수도권이 아래 가지인 거죠. 같은 나라 안에서 두 개의 경제가 점점 멀어지는 그림입니다.

비용 문제도 있어요. 인구가 줄어든 지역의 도로, 상하수도, 행정 인프라 유지비는 결국 전 국민의 세금에서 나갑니다. 지역소멸은 '그 동네의 불행'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고정비 문제이기도 해요.

그럼 어떻게 풀어야 하나 — 여기서 의견이 갈려요

해법 논쟁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균형발전론. 모든 지역에 의료·교통·교육 같은 기본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깔아서 떠나지 않을 이유를 만들자는 쪽이에요. 다른 하나는 거점도시론. 모든 곳을 다 살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권역별 거점도시에 자원을 집중해 수도권의 대안을 만들자는 쪽이고요. 전자는 "비용이 감당되느냐", 후자는 "거점에서 밀린 지역은 어쩌냐"는 반론을 각각 맞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단정하지 않을게요. 다만 분명한 건, 두 해법 모두 핵심이 '사람이 머물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에요. 일자리, 병원, 교통. 이 세 가지 없이 나오는 지원금성 공약은 바퀴를 잠깐 늦출 뿐 멈추지 못합니다.

마무리하며

오늘 뽑힌 분들의 임기 4년 동안 저 141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어떤 공약의 성적표보다 정직한 평가서가 될 거예요. 에이스팁도 이 숫자를 계속 추적해 보겠습니다.

투표 인증 대신 숫자 하나 기억하고 가시죠. 61.5%. 우리 동네의 문제이든, 우리 집값의 문제이든 — 결국 같은 문제입니다.

이 글은 한국고용정보원 소멸위험지수 집계 관련 보도(2026년 5월 기준)와 지역의료 정책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견을 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