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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뭐길래 — 위변조가 안 된다는 원리

비트코인 얘기가 나오면 꼭 따라붙는 단어가 있죠. 블록체인. 친구가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안 돼서 안전하대" 하길래, 제가 "그게 왜 안 되는데?" 물었더니 둘 다 한참 말이 없었던 적이 있어요. 다들 단어는 아는데 정작 원리는 아무도 못 짚는, 그런 말이거든요.

오늘은 그 원리를 통장 한 권에 빗대서 풀어볼게요. 이거 하나만 잡으면 비트코인이든 NFT든, 앞으로 나올 코인 얘기가 훨씬 수월하게 들릴 거예요.

은행 장부를 모두가 한 권씩 갖는다면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기면 그 잔액을 누가 관리하나요? 은행이죠. 내 통장에 100만 원이 있다는 사실은 결국 은행 서버 한 곳에 적힌 기록 하나예요. 우리는 그 은행을 믿기 때문에 그 숫자를 믿는 거고요. 은행이 어떻게 돈을 굴리는지는 예대마진 이야기에서 다뤘는데, 어쨌든 '장부를 가운데서 한 곳이 쥐고 있다'는 게 출발점이에요.

블록체인은 여기서 발상을 뒤집어요. 장부를 한 곳에 두지 말고, 참여하는 모두가 똑같은 장부를 한 권씩 나눠 갖자는 거예요. A가 B에게 1코인을 보내면, 그 거래 내역이 수천, 수만 대의 컴퓨터 장부에 동시에 똑같이 적혀요. 이걸 어려운 말로 '분산원장'이라고 부르는데, 풀어쓰면 그냥 나눠 가진 장부예요.

중앙 은행 서버 한 곳이 장부를 관리하는 방식과, 참여자 모두가 똑같은 장부를 한 권씩 나눠 갖는 블록체인 분산원장 방식을 좌우로 비교한 도해

생각해 보면 이게 꽤 단단한 구조예요. 누가 자기 장부를 몰래 고쳐서 "나 사실 1만 코인 있어" 하고 우긴다 쳐요. 그런데 나머지 수만 권의 장부엔 그런 기록이 없거든요. 다수가 가진 장부랑 다르니까 그냥 거짓말로 걸러져요. 한 곳을 해킹해서 숫자를 바꾸면 끝나는 은행과는 좀 다른 셈이죠.

블록과 체인, 그리고 봉인 도장 '해시'

이름이 왜 하필 '블록체인'일까요. 거래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장부에 적는 게 아니라, 일정 묶음을 한 덩어리(블록)로 모아서 기록하기 때문이에요. 거래 내역을 적은 상자 하나라고 보면 돼요.

그런데 이 상자들을 그냥 쌓아두기만 하면 위변조가 안 막히겠죠. 그래서 상자마다 봉인 도장을 찍어요. 이 도장이 바로 해시예요.

해시는 어떤 데이터든 집어넣으면 정해진 길이의 암호 같은 문자열을 뱉어내는 계산이에요. 특이한 점이 두 가지 있어요. 같은 내용을 넣으면 늘 같은 도장이 나오는데, 내용을 글자 하나만 바꿔도 도장이 완전히 딴판으로 바뀐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100만 원 입금"을 "100만 1원 입금"으로 슬쩍 고치면, 봉인 도장 값이 알아볼 수 없게 통째로 달라져요. 손댄 티가 안 날 수가 없는 구조죠.

여기서부터가 진짜예요. 각 블록은 바로 앞 블록의 도장 값을 자기 안에 적어둬요. 1번 상자의 도장을 2번 상자가 베껴 적고, 2번 상자의 도장을 3번 상자가 또 베껴 적고. 이렇게 도장으로 줄줄이 엮였다고 해서 '체인'이에요.

거래 내역을 담은 블록들이 각각 앞 블록의 해시값을 품고 사슬처럼 연결되며, 중간 블록 하나를 위조하면 그 뒤 모든 블록의 봉인이 깨지는 원리를 보여주는 도해

이게 왜 위변조를 막을까요. 누가 한참 전 5번 상자의 거래를 몰래 고쳤다고 해봐요. 그 순간 5번 상자의 도장 값이 바뀌어요. 그럼 그 도장을 베껴 적어둔 6번 상자가 "어? 앞 도장이 내가 알던 거랑 다른데?" 하고 어긋나요. 6번이 바뀌면 7번이 또 어긋나고, 그 뒤로 줄줄이 다 깨져요.

그러니까 과거 기록 하나를 고치려면 그 뒤에 쌓인 블록을 전부, 그것도 수만 대의 컴퓨터에서 동시에 다시 만들어야 해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죠. '고치면 들통난다'가 아니라 '들통날 수밖에 없게 설계됐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에요.

중앙기관 없이도 믿을 수 있는 이유

여기까지 오면 좀 신기한 일이 생겨요. 은행도, 정부도, 관리자도 없는데 사람들이 그 장부를 믿어요. 보통 우리가 뭔가를 믿을 땐 중앙은행이나 정부 같은 '믿을 만한 가운데 기관'이 있어서였잖아요.

블록체인은 그 신뢰를 기관 대신 구조와 숫자에 맡겨요. 장부는 모두가 나눠 가졌으니 한 곳을 털어도 소용없고, 도장으로 줄줄이 엮였으니 과거를 고치면 바로 티가 나고, 새 거래는 다수가 검증해야 장부에 올라가요. "이 사람이 정직할까?"가 아니라 "이 구조를 깰 수 있을까?"의 문제로 바뀐 거예요. 깨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니 믿을 수 있는 거죠.

물론 공짜는 아니에요. 수많은 컴퓨터가 같은 장부를 돌리고 검증하느라 전기랑 시간이 들고, 은행 이체처럼 빠르지도 않아요. 신뢰를 한 기관에 맡기는 대신 다 같이 떠받치는 방식이라, 그만큼 품이 드는 셈이죠.

코인 말고 다른 데는 못 쓸까

블록체인 하면 다들 코인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코인은 이 기술이 처음 쓰인 한 가지 예일 뿐이에요. '한번 적으면 누구도 몰래 못 고치는 장부'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농산물이 밭에서 식탁까지 어떤 경로로 왔는지 적는 이력 추적, 위조가 흔한 명품의 진품 증명, 누가 슬쩍 지우면 곤란한 중고차 사고 이력 같은 것들요. 이런 데에 블록체인을 얹어보려는 시도가 계속 나와요. 아직 실험 단계인 곳이 많긴 하지만요.

한 줄로 줄이면 이래요. 블록체인은 '고칠 수 없는 공동 장부'를 만드는 기술이고, 비트코인은 그 위에 올라간 첫 번째 작품인 거죠.

자주 묻는 질문

Q. 블록체인이랑 비트코인은 같은 말인가요?

A. 아니에요. 블록체인은 '고칠 수 없는 공동 장부'를 만드는 기술이고, 비트코인은 그 기술로 만든 디지털 화폐 중 하나예요. 종이라는 기술과 그 종이로 만든 책 한 권의 관계랑 비슷해요. 종이가 곧 책은 아니잖아요.

Q. 정말 100% 위변조가 불가능한가요?

A. 장부 자체를 몰래 고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요. 다만 '절대'라는 말은 조심해야 해요. 내 코인 비밀번호(개인키)를 누가 알아내 훔쳐 가거나, 거래소가 해킹당하는 건 블록체인 원리와는 별개 문제거든요. 장부는 튼튼해도 그 장부에 접근하는 내 열쇠 관리가 허술하면 돈은 얼마든 빠져나갈 수 있어요.

Q. 누구나 그 장부를 볼 수 있다는 게 좀 무섭지 않나요?

A. 거래 내역은 공개돼도, 그게 '누구'인지는 보통 실명이 아니라 긴 암호 같은 주소로만 보여요. 통장 거래는 다 드러나지만 그 통장 주인이 나라는 건 바로 알 수 없는 식이죠. 완전한 익명은 아니라서, 마음먹고 추적하면 신원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긴 해요.

마무리하며

복잡해 보이던 블록체인도, '모두가 한 권씩 나눠 가진, 도장으로 봉인돼 못 고치는 장부'라는 한 그림으로 잡아두면 의외로 단순해요. 위변조가 안 된다는 말도 이제 막연한 광고 문구가 아니라, '왜 안 되는지'가 손에 잡히죠.

다음엔 이 블록체인 위에 처음 올라탄 작품, 비트코인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로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코인의 진짜 시작점이거든요.

이 글은 개념·구조 해설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매우 크고 원금 손실 위험이 있습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